홈브루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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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개인적인 홈브루잉에 사용할 효모(Yeast)를 찾다가 흥미로운 곳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미국 중북부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성업중인 오메가 효모 연구소(Omega Yeast Labs)로, 처음 이곳을 보았을 때는 그냥 '미국에 맥주 효모 회사가 하나 더 생겼구나!' 라는 반응만 나왔을 뿐이었습니다.


이후 조금 더 검색을 하다가 Omega Yeast Labs 에 관한 정보를 더 얻게 되었고, 시카고의 작은 효모 회사의 존재와 그들이 하는 일은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귀감이 되어주었습니다.


Omega Yeast Labs 는 약 1년 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Lance Shaner 라는 인물이 창업주로 그는 일리노이 대학에서 미생물학 석사학위를 따냈고, 휴스턴에 있는 텍사스 대학에서 미생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일리노이 대학 재학시절 Lance Shaner 는 BUZZ 라는 명칭의 홈브루잉 대학 클럽에 가입하여 취미로 맥주를 양조하였습니다. 다양하고 많은 양의 효모를 가지고 맥주를 만들던 BUZZ 에서는 효모의 관리를 클럽에 가입한 식품공학 계열의 학생이 맡도록 했기에 Lance Shaner 는 처음으로 맥주 효모 관리 업무를 접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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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학 박사 학위 취득후 진로를 바꿔 변리사 공부를 한 Lance Shaner 는 2012년 말 한 때 교우이자 Ten Ninety Brewing 의 공동 사업주인 Andy Smith 로부터 효모 관리에 관한 요청을 받게 된 후,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소규모 양조장들의 효모를 전문적으로 관리해주는 사업이 전망이 있다고 판단하여 Omega Yeast Labs 를 시카고에 설립합니다.


Omega Yeast Labs 는 기본적으로 액상 효모를 취급하는 회사입니다. 미국 전역과 해외까지 발을 넓힌 선배 액상 효모 기업인 화이트 랩(White Labs)과 와이이스트(Wyeast)와는 달리, 신생 OYL 은 매우 작은 규모입니다. 홈브루어들을 위한 효모 패키지 단위로 100ml 의 작은 팩을 판매하기는 하나.. 현재 유통 범위가 시카고와 일리노이 주 일대에 그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YL 의 효모 종류는 White Labs 나 Wyeast 에 버금갈 정도로 다양한 편입니다. 벨기에, 영국, 미국 에일효모들과 독일,체코, 멕시코 등의 라거 효모 그리고 Sour Beer 에 필요한 야생효모/박테리아도 취급합니다. 


전반적인 OYL 의 효모 구성은 화이트 랩(White Labs)에서 영향을 받은 듯 합니다. 효모 종번에 붙이는 OYL-08 번이 Omega Yeast Labs 의 약자임을 볼 때, WLP 300 (White Labs Pitchable) 의 형식과 유사합니다. 포장은 Wyeast 의 팩과 닮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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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ega Yeast Labs 의 주 사업은 소규모 양조장에 대한 효모 관리 대행 / 컨설팅 / 주문 제작 판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쉽게 설명해 D 라는 양조장이 있다고 한다면,


D 양조장 : 안녕하세요! 시카고에 있는 D 양조장입니다. 저희가 다음 주에 잉글리쉬 IPA 한 배치를 생산합니다.

OYL : 발효시킬 맥주의 배치 사이즈는 얼마나 되나요?

D 양조장 : 1,000 L 입니다. OYL-006 British Ale 1 번이 적합할 것 같습니다.

OYL : 예. 다음주 양조 일정에 맞추어 배치 사이즈에 맞게 효모를 배양해서 양조 일정에 맞춰 보내드리겠습니다.


 

다음과 같은 상황도 가능합니다.

D 양조장 : 시카고에 있는 D 양조장입니다. 지난 번 잉글리쉬 IPA 에 사용했던 OYL-006 번이 필요합니다.

OYL : 1,000 L 배치에 사용하셨던 것 말이죠?

D 양조장 : 네. 맞습니다. Yeast Bank 에 잘 보관중이죠? 다음 주에 필요하니 부탁드립니다.

OYL : 예. 효모를 재배양하여 양조 일정에 맞춰 보내드리겠습니다.



다음과 같은 상황도 가능합니다.

D 양조장 : 시카고의 D 양조장입니다. 이번에 이웃한 G 양조장이 네덜란드에서 특수한 효모를 샘플링해왔습니다.

                    이 효모를 OYL 이 배양해서 저의 배치(1,000 L)용량에 투입 가능하도록 관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OYL : 예.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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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과 같은 상황도 가능합니다.


D 양조장 : 시카고의 D 양조장입니다. 저희가 다음 맥주로 Foreign Extra Stout 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효모 상품이 아닌 이 맥주에 사용될 독특한 풍미의 효모를 찾고 있습니다.

OYL : 저희 OLC-XXX 번과 OLC - YYY, OLC - ZZZ 세 종류의 효모를 블랜딩하여 독특한 효모를 제작해 보겠습니다.



실제로 바로 위의 사례는 Omega Yeast Labs 와 시카고 소재의 Ale-Syndicate 양조장 간에 이뤄졌던 콜라보레이션으로, 이렇게 탄생한 맥주의 명칭은 오메가 미드나잇(Omega Midnight)이 되었습니다.

 

사실 Omega Yeast Labs 의 효모 관리 대행이나 주문 제작 판매는 선배 효모 기업인 White Labs 나 Wyeast 에서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사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는 OYL 이 개척한 신사업 분야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Omega Yeast Labs 가 눈에 띄는 사항은 시카고와 일리노이 주 일대의 소규모 양조장들하고만 공생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중이라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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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www.omegayeast.com/?page_id=13749

(현재 Omega Yeast Labs 와 파트너쉽을 맺고있는 시카고-일리노이 주 일대의 양조장들)



크래프트 맥주 시장을 필두로 생겨나고 있는 소규모 양조장들은 대부분 소자본으로 시작되는 곳이 많습니다. 맥주 양조장의 업무라는게 육체적인 노동을 동반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어지간한 열정가지고는 버텨내기 힘든 직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보통 양조장의 꿈을 안고 홈브루잉을 해오던 사람들이 소규모 양조장을 설립합니다.


최소의 인력으로 최소한의 필수 장비들만 가지고 초기 양조장을 운영하는 곳들이 많으며, 양조장의 오너가 동시에 맥주 양조가인 곳들도 다수 발견됩니다. 효모 관리 업무는 초창기 양조장 비지니스에서는 맥주 양조가가 체득한 기본적인 지식이나 경험의 이행 수준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맥주 양조장 사업이 어느정도 성장세를 타면 가장 먼저 투자하는 분야가 여럿 있습니다. 재무팀 신설, 양조장 설비 엔지니어, 효모 관리소 신설 등등입니다. 맥주 양조 사업이 자리를 잡으려면 기본적으로 안정된 품질의 맥주를 내놓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발효 미생물 효모에 관련해서는, 초기 사업의 재정문제로 인해 어쩔 수 없는 기본적인 효모 관리 수준에서 커버할 수 밖에 없지만, 사업 규모 확장을 위한 핵심인 품질 안정을 도모하려면 결국 전문적인 인력과 장비를 구축하여 맡기는 것 밖에 도리가 없습니다. 전문적인 부분을 대신 맡아줄 인력들이 충원이 된다면 기존의 양조가들은 분업화해서 담당했던 업무들로부터 더 자유로워져 자신의 본 업무에 더 충실할 수 있게 되고, 결국 이는 품질 향상에 매우 큰 밑거름이 됩니다.


Omega Yeast Labs 의 사업 컨셉의 장점은 예산 문제로 효모를 전문적으로 컨트롤 할 수 없는 소규모 양조장들에게 업무의 부담을 줄여줌과 동시에, 전문적 관리를 받은 싱싱한 효모들을 공급하여 맥주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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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이렇게 쓰다보니 마치 신생 Omega Yeast Labs 의 판촉원이라도 된 듯 하지만, 이렇게 글을 작성하는 까닭은 우리나라 소규모 양조장 현실에 OYL 의 컨셉이 필요할 것 같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2014년 주세법 시행령 개정 이후로 여러 소규모 맥주 양조장들이 생겨났고, 앞으로 생겨날거라는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살인적인 주세에 맥주 양조의 주 재료인 맥아와 홉(Hop)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미루어 볼 때, 제조 원가를 낮추는 일은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작물인 맥아와 홉이 생육할 수 있는 기후를 가진 지역을 찾아 국내 생산으로 돌여보려는 노력도 있었고 어느 정도 성과를 내긴 했지만, 결국 이미 유럽이나 미국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들과 비교했을 때 품질적,타산적 측면에서 맞지 않아 본격화되기에는 여전히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효모는 일단 작물이 아닌 미생물이고, 맥아와 홉처럼 기후에 민감하나 제대로 기술 관리만 받는다면 얼마든지 배양과 복제, 재사용이 가능합니다. 홉과 맥아는 재사용이 불가능하죠. 따라서 맨 처음 해외로부터 효모를 주문해서 전문 인력에게 맡겨 놓는다면 해외 구매 의존에서 탈피할 수 있습니다. 


즉 Yeast Bank, 즉 '효모 은행' 이라는 개념이 가능해집니다. 국내 기관과 소규모 양조장들이 효모 관리 파트너쉽을 맺는다면 은행에 마련된 효모를 원할 때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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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소규모 양조장들이 필스너, 둔켈, 바이스비어, 페일 에일, 스타우트, IPA 등의 맥주들 이외에 다른 스타일로 범위를 넓혀가기 힘든 까닭들 중 하나는 액상 효모를 사용하려면 해외 주문에 의존해야 하며, 어마어마한 효모 값으로 원가가 상승합니다. 용케 효모를 들여온다 해도 얼마 사용하지 못하고 버리게 되니 효율이 떨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에 수입되어 있는 번들형 건조효모를 쓸 수 밖에 없습니다. 

# 이 부분의 이해를 위해 제가 예전에 작성한 '액상 효모 vs 건조 효모' 라는 글을 읽어보시길 권유합니다. 


 

Omega Yeast Labs 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제가 들었던 생각은, 만약 이곳이 '우리나라에 있었다면?' 이었습니다. 홉과 맥아는 기후적 문제, 극 전문화된 분야라는 걸림돌 때문에 국내에 쉽사리 도입하긴 어렵겠지만, 효모 관리 배양은 충분히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 거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국내 소규모 양조장들이 현재 그렇게 많지는 않기 때문에 효모 관리 대행을 주 사업으로 삼기는 어렵겠지만, 제가 알기로는 '효모 은행' 과 같은 업무는 미생물학 전문 인력에게 딱히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알고 있기에 부 사업으로도 가능할 거라고 짐작해 봅니다.  


성장하고 있는 국내 소규모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 OYL 과 같은 존재가 등장한다면, 소규모 양조장들은 효모를 위탁하여 원가 절감의 효과와 품질 상승을 도모할 수 있을거라 봅니다. 이에 따른 소비자의 혜택은 향상된 품질의 맥주,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 저렴한 가격에 공급으로 돌아갈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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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커진다면 작은 양조장들을 위해서 있을만한 분야입니다.


그러나 가장 큰 사업성을 떠나서도 사실 몇가지 문제가 더 있는데

첫째로 우리나라와 일본처럼(미국도 그런 편) 기술적인 부분을 공유하고 싶어하지 않는 정서적인 문제

둘째로  양조효모 역시 식품위생법상 철저한 관리를 받아야하는 원료인 바 "식품위생관리공무원들의 선진국"이란 제도상의 한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분수님 나오세요
아무나 비어포럼 운영진하는게 아니네요. ㅎㅎㅎ 이런 회사 생기면 맥적들도 두 손 들고 환영해야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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