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브루잉 이야기
Feature Article : Homebrewing (Total Article :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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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 맥주 양조(Home Brewing)을 처음 시작했을 시기에 부푼 꿈을 안고 벨지안 화이트(Belgian White)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레시피에 심혈을 기울이고 타임 스케쥴이나 주변 환경을 완벽하게 준비하면서까지 공을 들였던 맥주였으나..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했습니다.


30리터 당화조에서 1시간 가량의 당화를 마친 후 곡물과 맥즙(액체)를 분리하는 여과 과정에 돌입하는데, 당화조 물꼭지에서 아무리 벨브를 최대로 오픈했더라도.. 맥즙이 한 방울씩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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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는 위의 이미지처럼 밸브를 열면 굵은 물줄기가 나와서 맥즙을 받는 통을 가득 채워주는 것이 정상이지만.. 한 방울씩 받아서는 여과 + 1차 스파징 + 2차 스파징까지 총 24 리터의 맥즙을 채우기란.. 정말 막막한 상황을 마주하게 된 것이었죠.


결국 오후 3시쯤 시작했던 여과 + 스파징 작업은 다음날 잠에서 깬 이후인 오전 9시쯤에 24 리터의 맥즙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고, 이후부터 끓임조로 옮겨 홉핑(Hopping)과 냉각, 효모 투입 등의 단계를 이어나갔습니다. 


맥즙이 장시간 동안 대기에 노출되었으니 산화(Oxidation)를 피할 수는 없었겠지만.. 홈브루잉 맥주여서 큰 문제는 되지 않았었고, 다행히도 발효가 끝난 맥주는 큰 문제 없이 준수한 맛을 보여줬었습니다. 운이 좋았던 거죠.


여과 시에 막히는 경우는 물론 장비의 결함이나 교반시 부주의 등도 이유는 됩니다. 그러나 제가 이번에 다루는 내용은 모든 작업과 장비가 정상으로 돌아갔음에도 발생하는 여과-스파징시 막힘의 문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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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아의 전분질(Starch)에서 당을 뽑아내는 당화 과정은 호화(팽창:Gelatinization) → 액화(Liquification) → 당화(Saccharification) 순으로 진행됩니다.


어려운 말 같아 보이지만 당화 과정을 쉽게 풀어보자면 곡물이 물을 만나 팽창한 후, 곡물 안 효소가 물과 반응을 시작하며 전분질을 당 분자들로 분해하는 작업에 돌입, 이후 맥아 당을 담은 맥즙을 완성하는 것이죠.


당화 과정이 끝나면 당화통 속에 남은 맥아의 잔해들(껍질,잔여 전분질,단백질 등)과 순수한 맥즙을 분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마시는 맥주에는 부유하는 껍질이나 기타 알갱이 등이 없기 때문이죠. 이 과정을 여과(Lautering)라 합니다.


여과가 끝난 후, 미처 추출되지 못한 당화조에 남은 맥아 당들을 다시 뽑아내는 과정을 거치기 위해 물을 붓고 새로운 여과 작업에 돌입하는데, 이를 스파징(Sparging)이라 합니다.


맥아에서 맥아 당을 100% 뽑아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여과 작업과 스파징을 통해서 상당한 양의 당을 뽑아낼 수 있습니다. 물론 그 결과의 효율은 장비의 구조와 성능, 양조가의 숙련도, 맥아의 품질, 맥아의 갈린 정도, 당화 물의 온도, 당화 시간, 물의 ph 등등등 여러 요소에 따라 좌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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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만드는 당화과정에는 당연 보리 맥아가 가장 많이 사용되기는 하지만, 맥주 스타일에 따라 밀이나 귀리, 호밀 등의 다른 곡물들도 사용됩니다.  


보리 맥아는 기본적으로 껍질이 내용물을 감싸고 있는 형태로, 보리 맥아 껍질을 따로 제거하지 않고 함께 당화시에 넣습니다. 그 이유는 당화가 끝나면 당화조 안에는 곡물층(Grain Bed)이 형성되는데, 껍질이 곡물 층의 군데군데 포진해야 밸브를 열었을 때 껍질들 사이로 물이 통과할 수 있는 물길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양조의 가장 첫 단계인 맥아를 갈 때, 너무 잘게 갈지 않는 이유는 껍질이 파손되지 않게 함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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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호밀(Rye)이나 밀(Wheat)는 물길을 만들어 줄 껍질이 애당초 없는 상태입니다. 


더불어 밀이나 호밀, 귀리 등에는 단백질과 베타-글루칸(Beta-Glucan)과 같은 성분을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는데, 이들은 맥주의 무게(Body)를 향상시키기는 하지만, 점성(Viscosity)도 올려주기 때문에 질기고 끈적한 맥즙을 생성합니다. 결국 여과에 있어서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되죠. 찰진 밥과 고슬 밥 위에 물을 부었을 때 어떤 쪽에 더 물이 잘 통과할까 생각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따라서 호밀이나 밀이 총 맥주 곡물 사용량 가운데 그 비율이 50% 이상으로서, 주된 재료로 구성되는 독일-벨기에 등의 밀맥주들에는 곡물 특성에 의한 여과-스파징의 문제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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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e Hull, 우리말로는 왕겨를 첨가함으로서 밀과 호밀을 주로 사용했을 때 비극을 방지하는게 가능합니다. 왕 겨는 완성될 맥주에 당(Sugar)의 추출이나 맛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물길을 형성해줌으로서 여과 작업에 효율성을 더해 줍니다. 여과 작업의 효율성은 즉 시간입니다.


홈 브루잉에서 물 줄기가 굵지 않고 방울로 나오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측면이 크나, 대형 양조장에서는 여과에서 시간 싸움이 매우 중요합니다. 하루에 다섯 담금을 만드는 대규모 양조장에서 여과 문제로 시간을 뺏겨 네 담금만 만들게 된다면.. 그 손실이 적지 않을 겁니다.


왕 겨(Rice Hull)는 당화시에 넣으면 되는 것이며, 개인적으로는 당화 종료 5~10 분전에 넣어 잘 교반시켜 자리잡게 합니다. 쌀 겨를 사용전에 깨끗히 씻어주는 작업은 필수입니다. 행여나 존재할 먼지 등의 나쁜 성분을 제거하기 위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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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겨(Rice Hull)는 홈 브루잉 재료와 장비를 취급하는 온라인 매장에서 판매중인 품목입니다. 밀맥주를 쌀 겨 없이 무턱대고 만들었다가 참상을 한 번이라도 겪어본 양조가라면.. 이것이 얼마나 유용한 제품인지를 알고 꼭 장바구니에 넣게 됩니다.


주식이 쌀인 우리나라에서는 정미소에 연락하면 쌀-왕 겨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대략적 가격은 키로당 300 원 한다고 합니다. 


원활한 작업을 위한 쌀 겨의 투입 비율은 총 맥주 곡물의 5%를 넘지 않으면 된다고 하니.. 보통 20 리터 맥주 기준 5KG 의 맥아량으로 계산해보면 250g 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적은 비용을 들여 여과의 비극을 방지하고 정신이 건강한 양조 활동 이룩해나가길 빕니다! 


 

 


건강한 정신을 위한 양조 활동에 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저번에 알게된 사실인데 왕겨랑 쌀겨는 다른 것을 지칭하는 단어더군요. 왕겨는 추수한 낱알의 겉껍질을 말하고 쌀겨는 왕겨를 벗겨낸 현미에서 백미로 도정할때 나오는 속껍질을 말한다고 합니다. Rice Hull의 경우는 왕겨가 맞는듯 합니다.

그렇더군요.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도 있고요.

영어로는 쌀겨는 Rice Bran, 왕겨는 Rice Hull이라고 하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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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

의견에 따라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홈브루어들에게 필수적인 팁이라 할 수 있겠네요!
쌀겨를 씻어준다하셨는데 어떤작업이 필요한건가요 쌀뜬물에 쌀씻듣이 쌀겨를 씻어서
당화조에 넣어줘야하는건가요?

저는 채에 놓고 흐르는 물에 씻어주는 작업을 합니다.

Tip 감사합니다

씻고 말릴 필요 없이 바로 넣으면 되는건가요?

어차피 매싱할때 물 머금고, 소독 문제라면 나중에 보일링 하니까요. 문제 없어보입니다.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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