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맥주 이야기
Feature Article : Commercial Beers (Total Article : 80)

by 살찐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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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의 기본 4 재료 가운데 하나인 홉(Hop)은 많은 맥주 매니아들을 매료시키는 맥주 맛의 양념과 같은 존재입니다. 어떤 홉을 넣느냐에 따라 맥주의 맛과 향은 감귤이나 열대 과일 같아지기도, 나무나 흙에 가까워지기도, 허브나 약초 등의 식물과 같은 풍미를 선사합니다.


맥주 스타일에 따라 어떤 홉을 쓸 것인지 선택하는 과정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바이젠(Weizen)이나 포터(Porter) 등과 같이 홉(Hop)의 영향력이 중요치 않은 맥주들을 제외한 홉이 어느 정도 역할을 수행하는 맥주 스타일들에서는 보통 2-3 종의 홉을 혼합해서 사용합니다.


특히 홉(Hop)이 강조되는 인디아 페일 에일(India Pale Ale)과 같은 계열의 맥주들에서는 사용되는 홉의 품종 수가 더 추가되기도 합니다. 바로 아래 이미지의 제품들 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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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 : 최근에 국내에 판매되었던 로그[Rouge]의 7 Hop IPA. 7 종의 홉이 들어갔다.

(하단 : 믹켈러[Mikkeller]의 19. 무려 19 종류의 홉을 사용했다. 왼쪽에 사용된 홉 종류와 비율이 나와있다.)

 


홉을 섞어서 쓰는 이유는 너무도 당연합니다. 요리를 할 때도 소금이나 설탕, 된장, 고추장 등을 혼합하여 양념장을 만들듯이 풍미가 각기 다른 홉들을 사용하여 다양한 맛을 뽑아내거나, 혹은 대체로 유사하지만 조금씩은 다른 풍미를 가진 홉들을 섞어 쓰면서 방향성은 있지만 단조롭지 않은 맛을 구현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이번 다루는 주제인 싱글 홉(Single Hop) 맥주들은 이러한 형식을 파괴한 맥주들로 한 품종의 홉을 사용함으로 인해 맛과 향은 정직할 순 있어도 맛의 측면에서는 화려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글 홉(Single Hop) 맥주들이 유수의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들에서 출시가 되는 이유는 여러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먼저 양조장 외적인 문제에서 접근하면 2008년 전 세계적인 홉 대란(Hop crisis)이후 홉 공급 부족으로 인해 맥주 양조장들이 다양한 품종의 홉을 갖추는데 차질을 입었다고 합니다. 기후 이상과 질병 등으로 인한 수확량 감소가 주 요인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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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요인으로는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들이 많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한정된 크래프트 맥주 매니아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위한 기획 맥주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싱글 홉 맥주가 그 대안으로 자리잡았을 수도 있습니다.


싱글 홉(Single Hop)맥주는 왠만큼 검증받은 맛있는 홉을 주인공으로 삼지 않는 이상 적어도 맛에서 만큼은 다품종을 사용한 맥주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정설입니다.


싱글 홉(Single Hop) 맥주들은 보통 페일 에일(Pale Ale)이나 IPA 와 같은 홉이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는 맥주들로 만들어집니다. 그 이유는 맥아나 효모 풍미에 의해 홉의 맛을 포착하는데 방해받지 않기 위함이죠. 


따라서 싱글 홉 맥주에 사용되는 효모는 과일 맛 에스테르(Ester)나 약품 느낌 등이 전혀 없는 중성적인 효모들이 사용되며, 맥아 구성도 약간의 단 맛을 연출하는 수준에서 그칩니다. 단 맛이 너무 없으면 홉의 거친 맛이 직설적으로 드러날테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시리즈로 싱글 홉 맥주를 생산하는 양조장들에서는 효모와 홉의 레시피는 통일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같은 조건에서 홉 품종만 바꿔 그 차이를 발견하기 위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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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홉(Single Hop) 맥주에 관한 기준을 잠시 설명해보자면, 우선 약간의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기본적으로 한 품종(Single)의 홉을 사용한 맥주여야 합니다.


논란의 여지가 발생하는 것은 먼저 '시에라 네바다 페일 에일(Sierra Nevada Pale Ale)' 의 홉 구성을 알아둬야 할 듯 한데, 시에라 네바다는 쓴 맛을 내는 용도의 홉으로 매그넘(Magnum)과 펄(Perle)을 사용했고 맛과 향을 내는 홉으로 캐스케이드(Cascade)를 썼습니다. 총 3 종의 홉을 사용한 맥주인거죠.


싱글 홉 맥주의 가장 핵심적인 덕목은 '홉 고유의 맛과 향 발견' 입니다. 쓴 맛을 내는 목적으로 사용된 홉은 양조에 있어서 맛과 향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기 때문에 시에라 네바다 페일 에일은 사실상 캐스케이드가 주연인 맥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몇몇 사람들은 이것을 싱글홉 맥주나 다름 없다고 여기기도 합니다만.. 반대측 의견으로는 캐스케이드로 쓴 맛을 내서 완전한 싱글 홉으로 가면 매그넘/펄로 쓴 맛을 낸것과 다른 양상으로 갈 수 있다. 왜냐하면 홉 쓴 맛도 다 같은 쓴 맛이 아니기 때문에.


- 홉 쓴 맛과 코휴물론에 관한 이야기는 작년에 제가 쓴 글을 참조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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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싱글 홉(Single Hop) 맥주의 출시는 양조장 입장에서 어느정도의 위험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앞에서 여러 번 이야기 했듯이 맛을 기준으로 싱글 홉 맥주는 상품성이 떨어지며, 여기에 쏟아 붓는 기회비용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실제로 저도 홈브루잉을 하는 입장에서 싱글 홉 맥주는 진취적이고 건설적인 마음에서 항상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지만, 많은 육체 노동과 관리가 요구되는 맥주 양조를 통헤 나온 결과물이 풍부한 풍미를 가진 맥주여서 스스로 만족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인지상정이기에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많은 홈브루어들이 공감할거라고 생각하는데, 융성한 홈브루잉을 문화를 기반으로 태동한 크래프트 맥주 산업계에서는 상업 양조장들이 만들어준 싱글 홉 맥주들이 그들의 수고를 어느정도 덜어주는 역할을 수행하기에, 맛에 의한 상품성은 떨어지더라도 다른 수요에 의한 상품성은 싱글 홉 맥주들이 갖추고 있는 것이죠.


저와 같이 기회비용 때문에 싱글 홉 맥주 제작이 미뤄지는 사람들에겐 안성맞춤의 제품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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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읽는 눈이 있고 두뇌 회전이 빠른 크래프트 양조장들에서는 기민하게 싱글 홉 맥주들을 생산해서 내고 있으며, 맥주의 생산 목적은 교육적/학습적인 목적이 크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우리가 제조한 캐스케이드(Cascade) 싱글 홉 맥주는 우리 양조장 직원들 뿐만 아니라 홉의 캐릭터 파악이 문제인 홈브루어들에게 또는 준전문적으로 맥주를 시음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교재가 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죠.



대개 맛과 향이 탁월하기로 알려진 홉들로 싱글 홉 맥주를 꾸리기도 하지만 크래프트 양조장들 답게 괴짜같은 발상으로 쓴 맛 창출 용도로 주로 사용되는 홉들로 싱글 홉 맥주를 만들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브라보(Bravo)나 매그넘(Magnum), 갈레나(Galena), 써밋(Summit) 등입니다.


일반적인 양조에서는 이들 홉으로 향과 맛을 내는 용도로 사용하겠다는 마음을 품는 사람들이 적지만 싱글 홉 맥주를 통해 오히려 재조명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평소 쓴 맛내는 하이 알파 액시드 홉으로만 생각했던 써밋(Summit)이 꽤 괜찮더군요.


Westbrook-Single-Hop-Citra-Rye-Pale-Ale.png


싱글 홉(Single Hop) 맥주를 생산하는 경향은 크래프트 맥주 씬에서 계절 맥주 출시나 콜라보레이션처럼 크래프트 맥주 문화로 이미 자리를 잡았습니다.


맛을 최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을 컨셉인 것은 부정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맥주의 주 재료인 홉(Hop)을 더 깊게 이해하는데 있어서 아주 큰 도움이 되는 기획입니다.


밸러스트 포인트(Ballast Point)라는 동일한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같은 도수(7%)에 비슷한 IBU(70) 수치를 지닌 IPA 인 스컬핀(Sculpin)과 빅 아이(Big Eye). 스펙과 스타일이 같음에도 두 맥주가 확연히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홉의 쓰임새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XX 홉이 솔(Pine)의 느낌을 내는지, 허브가 중점적인지, 찻잎이나 나무 느낌을 내는 홉인지 사실을 파악하고 있는 것이 맥주 양조가에게는 큰 자산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많은 홉의 특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은 홉 레시피를 구성하는 전략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거한 것이나 다름 없으며, 홉을 다루는 솜씨도 향상되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싱글 홉(Single Hop) 맥주에 큰 흥미를 느끼는 이유는 숨겨진 원석을 발견하는데 있습니다.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인기있는 홉 위주로 향하는 것이 사실이며, 전 세계적인 크래프트 양조장의 급격한 증가로 또 다시 홉 대란을 맞이한 지금 비인기 홉의 긍정적인 측면을 발견하는데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한테는 이상한 홉들만 구매한다고 핀잔을 가끔 듣기도 합니다 ㅎㅎ

 

 


항상 살돼님 글보구있읍니다^^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러고보니 싱글 홉은 아직 한번도 시도를 안해봤네요;;

M&S서 무심코 지나쳤던 저자들이 싱글 홉 라인이었군요. 

저도 맥즙 왕창 만들어서 보일링에서 싱글홉으로 아마릴로, 심코, 시트라, 캐스케이드, 센테니얼으로 만들어 보긴 했는데 주로 비터링으로만 쓰이는 홉으로 호핑하여 만들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네요. 항상 공부되는 글들 감사합니다.

비터링으로 주로 쓰는 홉들의 싱글홉 맥주를 몇 가지 먹어봤습니다만 그다지 아름다운 추억은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안 하는데엔 다 그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

저도 몇가지 지난해 크롭 홉 소진 차원에서 생각중입니다만... 역시 노동량 투자 대비 결과물이 썩 만족스럽지 않다는 점이 문제겠지요 ㅎㅎ

세레브리앙카 리프 홉으로 싱글홉 맥주 부탁합니다.

홉을 주되 맥주를 대신 빗거라 명하셨다고....

아 님 자제점;;

최근에 마신 스톤 18th Anniversary가 엘도라도 싱글홉 DIPA 인데,,

개인적으론 높은 점수를 주진 않았지만, 

사실 싱글홉 DIPA라는 걸 감안했다면 점수를 조금 더 줬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근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평소에 싱글 홉 맥주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네요.. (물론 좀비 더스트 같은 놈들이야 뭐..) 

뭐 거꾸로 보자면,, 말씀하신대로 아직도 무수히 숨겨져있는 긍정적인 부분들도 많으니~    

홈브루어들 여러명이서 궁금한 홉들 대상으로 싱글홉 맥주들 만들어보는것도 재밌을거같아요

한 때 이런 무자비한 행사도 있었지요.

http://www.beerforum.co.kr/brew_forum/69371


잘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복합적인 맛을 좋아하는 소비자라서 역시 여러 종류의

홉이 들어간 쪽이 아무래도 기대되고 끌리더군요. 홉 마다의 특성은 잘 모르지만

기회가 되면 마음에드는 홉을 정해서 그걸 쓴 싱글홉  맥주도 접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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