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맥주 이야기
Feature Article : Commercial Beers (Total Article : 80)

by 살찐돼지

cbf9b0b7989e55dd163f6f712aebaebe.jpg



맥주라는 주류가 아무래도 유럽과 미국을 위시한 서양문화권에서 발달했다보니 자연스럽게 맥주를 표현하는 단어들도 외래어 위주일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그나마 가장 익숙한 외국어인 영어 표현들에 익숙해지는 편이지만 영어 표현이 우리말에 정확히 1:1 대응이 되지 않다보니 한국 사람들의 사고나 정서에 들어 맞지 않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저도 개인 블로그에 많은 맥주 시음기를 작성하고 있고, 시음 후 BA 나 RB 등에서 타국의 맥덕들이 써 놓은 영어 시음기들을 참고합니다. 수 많은 시음기들 가운데 공감이 가는 것도 전혀 와 닿지 않는 시음 평들도 있지만, 그 영어 시음기들을 통해 외국 맥덕들이 맥주를 마시고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건지는 파악이 됩니다. 


사실 이해라기 보다는 그들의 용어에 적응되었다는 것으로 자주 쓰이는 단어의 용례를 경험을 통해 익숙해진 것일 뿐이긴 합니다만.    



feature-hot-and-spicy-520x245.jpg



RB 나 BA 의 시음평, 그리고 유명 맥주계 인사가 작성한 영어 시음기를 읽어보면 표현이 현란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맥주 스타일에 맞는 용어, 해당 스타일의 맥주 재료에서 찾을 수 있는 맛 표현, 시음기에 자주 들어가는 핵심적인 단어 들이 나열되는 정도입니다. 


따라서 맥주 시음기에 자주 보이는 중요한 맛 표현, 영단어들의 뜻을 숙지한다면 절반은 먹고 들어가지만 나머지 절반은 단순히 영어 단어를 이해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더군요. 


저는 맥주에 진지하게 접근하기 전 스파이시(Spicy) 라는 영단어를 보고 항상 떠올린 이미지는 Hot & Spicy 로 불닭이나 낙지 볶음, 할라피뇨 고추가 든 멕시코 음식 등을 상상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맥주 시음 평에서 매우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인 Spicy 를 보면 공감하기도 이해하기도 힘들었습니다.


Hot & Spicy 의 이미지와 정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황금빛의 필스너나 누런 헤페-바이스비어, 벨기에 에일을 마신 시음기에서 Spicy 라는 단어를 발견했을 때, '서양애들 입 맛은 우리랑 차원이 다른가 보다' 라고 생각했었죠.



he-brew-st-lenny-s-belgian-rye-ipa.jpg



조금 극단적인 상황 연출이기는 하지만.. 오늘 제가 시음기를 작성하려고 마신 맥주가 '벨지안 라이(호밀) IPA + 코리엔더' 였다고 가정해 봅시다. 만약 제가 영어에 능통한 현지인으로 시크하게 시음기를 작성한다면 이렇게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벨지안 에일 효모 풍미가 Spicy 하며 Spicy 한 홉의 폭격도 인상적임.  호밀의 Spicy 가 뒷 마무리를 해준다. 코리엔더의 Spicy 도 가끔 포착된다."


                                                                ▲▲▲


# 가가 가가가? = 그 아(애)가 그 아간가? = 그 애가 그 애냐? (위의 시음평이 외국인 한국말 버전으로는 요런 느낌??)






RB 나 BA 에서 잔 뼈가 굵은 매니아라면 그리 난해하지 않을 시음기겠지만, 맥주 시음의 요령이 없는 비영어권의 한국인이라면 정말 뭔 소린지 이해하기 힘들겁니다. 만약 오래전에 저였다면 맵고 맵고 맵고 매운 맥주라고 받아들였을 수도 있겠네요. 


위의 시음기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앞에서 부터 1번, 2번, 3번, 4번 Spicy 로 번호를 매겨보겠습니다. 1번 Spicy 는 벨지안 효모 풍미가 되겠죠.



vvvvv.png



벨기에 효모 Spicy 의 해석을 위해 미국의 효모 기업인 화이트 랩스(White Labs)의 벨기에 에일 효모들의 정보를 발췌했습니다. 벨기에 효모들에 관한 설명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표현이 있습니다.


제가 검은 상자로 표시해놓은 Spicy 라는 단어입니다. 그냥 Spicy 라고도 쓰이기도 하나, 단어의 혼선을 막기 위해 후추(Peppery)같은 Spicy, 페놀(치과 약품?)같은 Spicy 가 나타난다고 적혀있네요.


벨기에 에일 효모를 비롯하여 독일 바이스비어 효모에서는 특유의 페놀이나 정향(Clove)와 같은 Spicy 한 향기가 풍깁니다. 벨기에/독일 바이젠에서는 필수적인 풍미로 효모와 관련된 용어로 Spicy 를 말하면 대부분 여기에 해당합니다.


우리말로 1번 Spicy 를 풀어쓰려면 '벨기에 에일 or 바이젠 효모에서 나오는 특유의 치과 약품(페놀도 와닿지 않는 단어라..), 후추, 정향과 같은 맛' 이 되겠죠. 더 쉽게 표현하면 입 안이 화해지는 맛입니다. 



ccc.png

www.png


2 번 Spicy 인 홉에 관한 해석입니다. 모든 품종의 홉의 설명에 Spicy 한 성향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Spicy 는 시트러스(Citrus), 열대과일(Tropical), 땅/흙(Earthy), 건과일(Dried Fruits) 등과 함께 홉 풍미 설명에 단골로 등장하는 표현입니다.


필스너 류의 홉이 위주가 된 맥주일 수록 특유의 풀(Grass) 맛이나 허브, 솔(Pine) 등의 상쾌하면서 식물과 같은 씁쓸한 맛이 표출됩니다. 홉이 극단적으로 많이 첨가된 IPA 류에서는 강렬한 쓴 맛이 혀를 때리고 얼얼하게 만드는 느낌마저 들게 하는데, 이럴 때 보통 Spicy 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됩니다.


IPA 류를 자주 마셔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확실히 홉(Hop)에서 나온 Spicy 는 벨기에/바이젠 에서 나온 Spicy 와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죠.



aaa.png

 

3번 Spicy 는 호밀(Rye)에 관한 항목입니다. 호밀은 밀(Wheat)처럼 전통적으로 맥주에 자주 사용되던 원재료는 아니었습니다. 독일에서도 정말 매우 흔하지 않은 Roggenbier 가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빛을 본 건 크래프트 맥주 씬에서 호밀(Rye)의 독특한 풍미가 새로운 맥주 맛을 창조하는데 일조할 거라는 사고가 퍼지면서 부터 시작되었고, 이제는 신식 크래프트 맥주 세계에서는 매우 익숙한 재료가 되었습니다.


호밀(Rye)이 맛에서 각광받는 재료가 된 것은 특유의 얼얼함과 알싸하게 입 안에서 퍼지는 맛 때문입니다. 효모 Spicy 나 홉 Spicy 는 어떠한 대상의 그 맛이 빗대어지지만, 호밀의 Spicy 는 그 보다 더 원초적인 알싸함으로 개인적으로 호밀 Spicy 는 맛(Flavor)의 실체가 있다기보다는 입안에 퍼지는 현상에 주목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벨기에/바이젠효모는 얼얼한 Spicy 이외에 단 맛이나 바나나 과일 맛등을 동반하며, 홉은 감귤류나 열대 과일, 허브 등을 부가 풍미를 대동하는 것에 반해, 호밀은 질펀한 질감과 무게감을 가져올 뿐 맛은 Spicy 이외에는 딱히 없다고 봅니다.



nutmeg-jaiphal.jpgCoriander-Seeds-Coriandrum-sativum-Images.jpg

 


4 번 Spicy 는 Spicy 라는 단어의 가장 기본적인 의미가 아닐까 봅니다. Spicy 라는 단어가 양념/향신료를 뜻하는 명사 Spice 에서 온 것임을 본 다면, 


맥주에 부재료로 간간히 첨가되는 향신료인 코리엔더(고수)나 넛맥(Nutmeg), 계피 등등의 맛이 맥주 안에서 드러나면 보통 Spicy 라는 용어가 출현합니다. 우리말로는 향신료의 향긋함? 정도로 해석될 수 있는 말이 되겠죠. 향신료 마다 맛도 다르니 맛의 표현은 차이가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Spicy 는 달고 갑니다. 향신료 마다 어떻게 Spicy 하냐는게 관건이 되겠죠.



자, 그럼 지금까지 해석 풀이를 해 보았으니 위에서 나왔던 '벨지안 라이 IPA + 코리엔더' 의 시음평을 다시 가져와 보면


 

"벨지안 에일 효모 풍미가 Spicy 하며 Spicy 한 홉의 폭격도 인상적임.  호밀의 Spicy 가 뒷 마무리를 해준다. 코리엔더의 Spicy 도 가끔 포착된다."


.

아까 보다는 조금 더 시음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나요? 사실 맛이라는 것을 마셔보지 않고 글로만 평가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으니 가장 빠른 이해 방법은 벨기에 에일 / IPA / Rye Ale / 향신료가 첨가된 맥주 등을 따로 따로 접해보는 것이긴 합니다. 


어느정도 각각의 Spicy 맛이 파악이 된 후라면, 설사 벨지안 라이 IPA 에서 4 가지 Spicy 를 미각으로 다 못느꼈다고 해도 머리로는 이해가 가능 할 수도 있습니다. 


'미각으로 느끼지 못한것을 머리로만 느끼는게 시음이냐?' 라고 반론이 생기기도 하나, 개인적인 시음에 관한 견해는 인간의 오감에 있어서는 개인마다 한계가 있으니 감각이 약해 못 느끼는 걸 억지로 접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못 느끼더라도 재료의 파악과 스타일의 이해를 통해 타인과 공감할 수 있는 시음기 작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상적인 섭취를 한 후 '필스너에서 초컬릿 맛이 나요!' 등의 공감되지 않는 평이 자제가 된, 어느정도 객관화된 평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개인의 취향과 입 맛은 존중되어야하지만, 미각에 따른 자의적인 해석에만 의존한다면 Spicy 라는 단어를 통해 양산된 괴이한 시음평들이 난무할 수도 있으니 말이죠. 


4 가지 Spicy 에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사람에 따라 Sour Ale 의 시큼하고 쏘는 맛을 Spicy (충격적이라는 의미로)라고 하기도, 도수가 높은 맥주에서 나오는 알코올 맛을 Spicy 라고도, 할라피뇨 졸로키아, 하바네로 등의 고추가 들어간 맥주도 Hot & Spicy 개념에서 해석될 수 있으니까요.


   

저도 매번 맥주를 마시면서 시음기를 작성하는 한 사람으로써 시음평을 그냥 'Spicy 한 홉 맛에 Spicy 한 효모 맛' 으로 표현한다면 참 편할 것 같기는 합니다. 그렇다면 혼자만 아는 암호와 같은 시음평이 될 수도 있겠네요.


 


#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은 Spicy 를 어떻게 해석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보통 정향 / 얼디 / 시트러시 / 호밀 / 향신료 류... 근데 쓰고 보니 그냥저냥 다 들어가네요..쯥..


처음에 양놈들이랑 테이스팅 할 때, 

브렛의 펑키함을 얘기하길래 "엥? 펑키? 뭐 옛날 디스코텍 냄새라는 건가?" 했는데 

funky라는 단어가 고약한, 케케묵은 이란 뜻도 가지고 있는 걸 알고 멘붕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게 뭔가 나름 정형화 된 시음 '용어'라는 측면이다 보니..

그리고 기본적으로 외국의 재료들에 빗대어 발달 한 것들이고.. 

우리말의 우수성을 바탕으로 조금씩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로 표현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민감한 부분에서 spicy를 해석하는 편입니다. 약간 안좋은 쪽의 해석이 들어갔을수도 있겠네요. 입안이 화~한 느낌이 들면 spicy하다 느낀적이 많구요. 하바네로 스컬핀은 그냥 맵다..(hot)이라 생각했었거든요. 고수(코리엔더)향 같은 경우나 홉향이 느껴지는 것은 좋아해서 그냥 꿀떡꿀떡 마시는 편이라 맛을 구분해서 표현해본적이 없네요. 


고민 해볼만한 주제구만요... 어렵다.......


SPICY

Cocoa, Clove, Thyme, Parsley, Nutmeg, Menthol, Vanilla, Black Pepper, White Pepper, Coriander seed, Cardamon, Eucalyptus, Cinnamon, Licorice, Saffron, Fennel

사실 스파이시하다고 표현하는 맛들이 전부 우리하고는 친숙하지 않은 맛들이어서요... 제 경우엔 저런 맛들을 그냥 얼버무려서 사용하는 느낌이 없잖아 있습니다.

Spicy를 '맵다'라고 주로 해석하는 언어 습관이 이질감을 더욱 유발하는 듯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자극성이 있는/향신료가 느껴지는'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네요. 타인에게 보여지기 위한 시음기라면 하바네로의 스파이시함이라든가 라이의 스파이시함처럼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더불어 MK님 말씀처럼 우리말 표현이 더 용이한 이해를 돕는 경우에는 가령 하바네로의 화끈함 혹은 라이의 얼얼함 등처럼 구체적으로 쓰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ㅎㅎ

윗분들이 말씀하신 것 처럼 맵다와는 별개의 개념이라 보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후추, 고추 다 맵지만 둘다 spicy죠. 고추는 hot이기도 하고요.

넛맥, 시나몬도 spicy하고.. 

칠리나 베트남 고추소스도 spicy하죠.

Rye도 그렇고.. 홉도 그렇고요.. 

로즈마리, 타임, 마조람, 등등의 허브/이탈리안 향신료들도 spicy하고..


재료의 고유한 향이 자극적이면서도 강하게 올라오는 경우에 spicy하다고 하면 대부분 수긍이 갑니다.. pakddo님이 올리신 경우들이 대부분 그런 경우죠. Licorice나 cocoa, vanilla, parsley도 그렇게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고요.

기왕 한국어 쓰는 맥덕인데 스파이시로 전부 퉁 칠 필요 있나 싶습니다. 한국어로 적절한 표현을 모를 경우엔 어쩔 수 없이 영문식 표현을 빌려오곤 하지만 사실 가급적이면 한글을 동원한 수사로 표현하고 또 기억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사실..견문을 좀 늘린 뒤에도 아니스라던가 정향 이런식으로 특정 음식이나 부재료에 빗대서 표현하지 어떤 맛~어떤 향~ 이러는건 보통 벨지언류 마실때에나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바습님 말씀과 비슷하지만 저는 구분이 가능한 한계 내에서는 특정 향신료의 이름을 주워섬기고, 모를 때는 herbal 정도로 퉁 치곤 하는 몹쓸(?) 습관이 있습니다.

어쩐지..사계에서 노을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때 스파이시 라고 들어서 매운건가 했는데 제가 느꼈던 맛은 떫떠름 한 맛에 가까웠거든요 ㅎㅎ

저 살짝 떫은듯한 맛이 좋아요

호두 속껍질을 입에 문듯한 ㅎㅎㅎ

은근히 간지러운곳을 긁어주셨네요. 저는 여태껏 스파이시를 알싸한 알콜향, 어느 원료에서 오는지는 모르겠지만 후추같이 매콤하게 느껴지는 풍미, 약초를 씹는듯한 홉피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보니 스파이시한 풍미를 느낄만한 부분이 훨씬 많았네요.. 참고하겠습니다^^ 

근데 맥주 마시면서 오히려 phenolic에 대한 부분은 저는 항상 의아한게..
실험실에서 페놀 실험하면 진짜 끔찍한 냄새거든요.. 코가 찢어질거같기도 하고..
근데 맥주는 그런 느낌은 아니잖아요 phenolic이라고 하더라도..
아무래도 페놀 향이란건 강렬한 휘발성 향의느낌을 말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굳이 페놀을 사서 시향해보실 이유도 없거니와 MSDS상으로 발암 위험물질인데다..
아무튼 그런 강렬함이나 자극적인 느낌도 spicy의 범주에 드는 것이란 것을 오늘 배웠네요

오호, 저도 spicy라는 정의를 정확히 모른체, 약간의 화한 민트향, 혹은 후추같은 향신료의 매운 맛을 미약하게 느끼면 spicy라고 표현했는데, 다른 느낌의 spicy도 있었군요, 일단 좀더 민감하게 느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민감해질지 ㅜ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