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맥주 이야기
Feature Article : Commercial Beers (Total Article : 80)

by midik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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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크래프트 맥주 업계의 법적 분쟁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우선 가장 많이 고소미가 일어나는 분야는 이름입니다. 

맥주 이름이 똑같거나 비슷해서 시장에서 혼동을 야기하느냐 아니냐가 주요 포인트인데, 대부분은 누가 선빵을 날렸나, 즉, USTPO (United States Patent and Trademark Office : 미국특허청)에 상표 등록을 누가 먼저했느냐가 문제 해결의 관건이 됩니다. 


일단 우리가 잘 아는 맥주부터 시작을...



1. Coronado vs Elysian : IDIOT I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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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수입되서 유명한 코로나도가 엘리시안의 Idiot Sauvin IPA에 고소미를 먹임. 

같은 IPA라서 더더욱 오해의 여지가 큼.

결국엔 엘리시안은 맥주 이름을 Savant로 이름으로 바꿨습니다. 찐따라는 이름이 참 인기네요.




2. Ballast Point vs Casella Wines : Yellowt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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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살짝 들어왔다가 사라진 밸러스트 포인트의 Pale Ale과 2000년도 들어 급성장한 호주의 와인메이커 Yellow tail의 브랜드가 중복됨. 구체적으로 밝혀지진 않았지만 두 업체가 물밑 합의를 이루어 Ballast Point가 이름을 양보해서 그냥 Pale Ale로 바뀜. 밸러스트 포인트의 오너 Jack White도 법적 문제가 있어서 바꾼다고만 말하고 구체적으로 언급을 안 함. 하지만 라벨의 생선은 종전과 똑같이 Yellowtail(방어)로...




3. Firestone Walker vs ZD Wines : ABA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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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스톤 워커의 발리 와인 ABACUS, 나파 밸리의 겁나 비싼 와인 ABACUS. 

결국은 파이어스톤 워커가 이름을 바꾸기로 합니다. abacus를 꺼꾸로 해서 §ucaba로 바꿨는데, 맨 앞의 §는 더블s를 의미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발음도 수카바가 아니라. 썪-카바로 해줘야 합니다. 뭔가 한이 느껴지는 듯. 




4. Bear Republic vs Central City : Racer I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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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센트럴 시티 브루어리에서 Red Racer IPA를 미국 메사추세츠에 수출했는데, 이 맥주를 먹어 본 MA 사람들이 비어 리퍼블릭 맥주 축제에가서 '니네 Red Racer IPA 참 맛있더라. 언능 한 잔 달라'하니 '이게 뭔 풀 뜯어먹는 개소리여' 당황한 비어 리퍼블릭이 조사해보니 글자체랑 이미지도 뭔가 비슷하네? 고소크리.

현재 Red Racer의 미국 수출분은 Red Betty라는 이름으로 변경 판매 중입니다.




5. Weyerbacher vs De Halve Mann : Z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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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어바커의 벨지안 페일 에일 Zotten. 

하지만 미국 시장에 이미 Brugse Zot을 상표 등록을 해둔 벨기에의 De Halve Mann에게 고소미 먹음.

zot의 복수형이 zotten이기 때문에 사실상 같은 이름이며 라벨에 그려진 광대(The Fool)도 비슷한 인상을 주지요. 스타일도 똑같이 벨지안.

결국에 웨이어바커는 이 맥주의 이름을 Zotten에서 Verboten으로 강제변경. 이런 Zot같은 일이 다 있나 싶었겠지.

그래도 웨이어바커는 완전히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이름 Verboten은 '금지된 것' 이란 뜻으로 원래 맥주의 이름인 Zotten이 사용 금지된 것에 대한 일종의 저항의 표현이라 볼 수 있지요. 제다가 꽉 잠겨있는 자물쇠 안에는 Zot(The Fool)의 실루엣이...

비록 법적으로는 졌지만 정신적으로는 아직 지지 않았습니다. :)





6. Sixpoint vs Renegade : Ryete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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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포인트의 유명한 RyePA인 Righteous Ale. 마찬가지로 RyePA인 레너게이드의 Ryeteous IPA. 둘 다 호밀(Rye)을 넣었음을 강조하는 펀치라인이 공통점인데 결국은 먼저 선빵 등록한 식스포인트 승리.

레너게이드는 그 후 이름을 Redacted IPA로 바꿉니다. Redacted는 '수정된'을 의미하는데 이 또한 강제 개명당한 울분이 잘 느껴집니다.



7. 그 밖의 맥주 이름 분쟁들


- Green Flash vs Tree Brewing : Hop Head / 둘 다 적당히 서로를 무시하며 사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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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uccete vs Lift Bridge : 농부의 딸끼리 배틀. 리프트 브릿지가 루셋뜨에 고소미 먹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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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lown Shoes vs Vampire Vineyard : 클라운 슈즈에서 Vampire Slayer를 Undead Party Crasher로 변경 ( 관련링크 참조 )



이 밖에도 크래프트씬에서 이름에 대한 크고 작은 분쟁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수두룩합니다.


맥주의 이름 뿐 아니라 브루어리 이름이 통채로 바뀌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엔 정신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비용적인 측면도 무시 못하기 때문에 타격이 더더욱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엔 디자인 배틀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8. Magic Hat vs West Sixth : 유사로고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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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업계에서 큰 논란이 있었던 Magic Hat #9 디자인과 West Sixth Brewing의 로고 디자인.

6과 9를 뒤집으면 모양이 같고 폰트도 비슷하고, 별모양도 똑같고, 전반적인 인상이 소비자들에게 착각을 주기 충분하다는 이유로 매직 햇에서 고소미 먹임. 웨스트 씩스스에서는 6과 9는 엄연히 다르고 #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있지 않느냐 등으로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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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브루어리의 횡포다. 아니다 디자인적으로 너무 똑같다. 

많은 맥주애호가들의 찬반양론이 있었으며, 결과적으로는 브루어리 로고에서 별을 빼는 것으로 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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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에... 그래도 뭔가 비슷하긴 합니다.




9. Lost Abbey vs Moylan : 유사 탭핸들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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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건은 좀 특이한데, 맥주 이름도 로고 디자인도 아닌 셀틱 십자가를 모티브로 한 탭핸들이 비슷해서 법적 문제로 간 사건. 

이에 대해 모일란은 '반사이익을 얻기위한 의도적인 모방이 아니다. 진정한 브루어는 서로를 고소하지 않는다' 불편한 심기를 드러냅니다.

하지만 로스트 애비 측에서는 '힘들게 번 돈을 소송비에 쓰고 싶지 않다. 브루어라면 당연히 브루잉 장비를 늘리는데 돈을 쓰고 싶다. 하지만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이다'라며 고소를 강행하는데...




10. Flying Dog vs Michigan Liquor Control Commission : Raging Bi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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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어리간의 분쟁은 아니지만, Flying Dog은 자사의 Raging Bitch가 자극적인 네이밍과 라벨로 인해 미시건주에서 판매 허가를 받지 못하자,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이유로 미시건 주류 통제 위원회를 수정헌법 1조 위반으로 고소합니다.

2012년 7월에 패소했다는 기사는 뜨지만 그 다음에 항소는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이 안되네요. 

이 외에도 각종 부조리와 규제를 풀기 위해서 끊임없이 주정부와 법정투쟁도 불사하는 브루어리들을 볼 수 있습니다.




11. Avery 'and' Russian River : Collaboration, not Litigation - 아름다운 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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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친분이 있던 Avery Brewing의 Adam Avery와 Russian River의 Vinnie Cilurzo는 Salvation이라는 이름의 맥주가 각사에 똑같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공교롭게도 스타일마저 똑같이 벨지안 스트롱 에일.

그야말로 소송을 걸던지 뒷구멍으로 압박을 넣던지 해서 어느 한 쪽을 포기시켜야 하는 상황이죠.

하지만 그들은 전혀 색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서로를 이름을 존중해주는 것은 물론이며, 아울러 두 브루어리의 Salvation을 일정량씩 블랜딩해서 'Collaboration, not Litigation'이름의 새로운 콜라보레이션 맥주를 출시하는 상상도 못할 일을 해냅니다.

이 두 브루어리의 아름다운 미담은 상표권 법적분쟁이 있을 때마다 두고두고 회자되며 문제 해결의 좋은 사례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그만큼 둘이 서로 친분이 있고, 서로의 실력을 respect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무튼 소송왕국 미국에서는 참 보기 드문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맥주도 기가 막히게 잘 만드는 애들이 마음씨도 곱고 말이지. 마치 얼굴도 이쁘고 부자인데다 공부도 잘하는 애를 보는 듯. 





12. oSKAr Blues vs SKA : 보너스 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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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일 콜로라도의 SKA 브루잉은 캔맥주 브루어리로 유명한 Oskar Blues 브루어리를 상표권 침해로 고소합니다. O"SKA"R Blues라는 이름에 "SKA"라는 글자가 포함되었다는 황당한 이유로요. 

이에 격분한 오스카 블루스는 대변인을 통해 "그러는 니네야말로 'SKA'가 대체 무슨 뜻이냐? 뭐의 약자냐? 우리의 캐닝 라인을 그대로 모방하더니 이젠 이름까지 따라하냐" 반대 성명을 내놓으며 맞대응을 선포합니다.



하지만 발표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실상은 만우절 조크였으며, 두 브루어리는 콜로라도 크래프트씬에서 소문난 친한 사이죠. 


이는 단순한 만우절 조크로 웃으며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소송으로 얼룩지고 있는 미국 크래프트 씬을 우회적으로 풍자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크래프트 브루어리하면 무언가 기존 질서와는 다른 자유와 공유의 정신을 드높이 외치는 히피나 보헤미안들의 집단으로 자칫 오해할 수도 있는데, 실상은 여타 업계 못지 않은 냉혹한 경쟁이 존재하며 적지 않은 자본이 오가는 철처하게 계산된 산업임을 늘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조만간 우리나라에서 벌어질 일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지금도 이미 많은 브루어리들이 생기고 있고, 많은 맥주들이 나오고 있으며, 자체 맥주에 리브랜딩까지 더한다면 하면 수많은 이름들이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그러면 반드시 사건은 생기기 마련이고요. 지금도 벌써 화끈하게 베끼는 곳들이 있으니...


소송 한 번 걸리면 저장 탱크 서너 개 살 정도의 돈이 그냥 하늘로 날라가는데 말이죠. 더 좋고 다양한 맥주를 만드는데 투자해야 할 돈을 변호사 사무실에 고스란히 넘기는, 남 좋은 일 하지 않도록 다들 지혜롭고 슬기롭게 대처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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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uwerij de midikey


Under Construction.



첨부


역시 씬이 커질수록 어두운면이 나타나는군요.

아무래도 그렇죠;

역시 이런것엔 매우민감한 미국(?)이군요?!

사실 위의 사례들만 봐도 느끼시겠지만, 상대방이 쌓아놓은 브랜드 파워를 날로 먹기 위해서 고의적으로 도용한 사례보다는, 그냥 어쩌다 보니 겹치는 우연의 일치가 대부분입니다. 그것을 서로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를 제거하기 위해서 많은 비용이 드는 소송을 불사하는 것은 어찌보면 냉정하달수도 있지만, 그만큼 브랜드 파워라는 무형의 자산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뜻이겠지요. ^^

바로 다뤄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도 벌어질 일이라는 말이 뭔가 와닿습니다. 

예전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뭔가 행복한 고민같기도 하고... 

일단 분쟁이 생길만큼 커졌으면 좋겠습니다. :)

미쿡은 자본주의의 첨병이고.. 자본주의는 돈문제에 관한한 굉장히 예민하죠. 크래프트 비어도 하나의 산업이기 때문에 이런 돈과 관련된 문제엔 예외일 수 없을 겁니다. 그나저나 바꾼 이름들에서도 센스가 드러나는군요.. Zotten은 Zotgotten(잣가튼)으로 바꾸었으면 대박이었을텐데.. 역시 Zot이 들어가서 안되겠죠?..^^

헉스 Zotgotten 이름 멋지네요. 나중에 어딘가 써먹고 싶은...;;

얼마전에 들어온 벨기에의 Petrus의 경우도 보르도에 동명의 유명한 와인이 있던데 그 둘은 별 문제가 없어보이더군요.

실제로 문제 없이 잘 사는 경우도 많은 듯 합니다. 그리고 이름이 같더라도 서로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문제 될 것이 없고요. 제주도에서 Stone이라는 맥주를 만들어서 도내에서만 판다면 그다지 문제가 없겠지만, 미국에 수출하게 된다면 일이 커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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