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맥주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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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9 23:12:21
르봉복

오랜만의 비어포럼 시음회가 있었습니다.

미국에 가계신 퐁당 사장님과 비어포럼/사계 운영진들의 준비와 배려로 마련된 자리로 알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통해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세종/팜하우스 에일의 개념을 잘 정리할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을 해 주셔서 기록으로 남기면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오랜만에 후기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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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젠테이션의 현장...)


<세종Saison이란?>

세종(Saison)은 영어의 season에 해당하는 단어인데, 맥주에 있어서는 벨기에 서부 애노(Hainaut) 지방에서 기원한 맥주를 가리킵니다. 겨울(농한기)에 양조해서 저장했다가 봄(농번기)에 소비하는 농주(農酒)라는 성격과 관련된 이름인 듯 하고요. 장르로서 세종을 말할 때, 상당히 정의하기가 애매하다고 합니다. 개별 농가에서 양조, 소비하던 농주인만큼 집집마다 개성이 존재하기 때문이었겠지요.

집집마다 다른 개성이 있음에도 전통적인 의미의 세종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진다고 합니다.  


1. 저도수(알콜 3~4%)

2. 리프레싱/갈증해소/드링커블

3. 드라이, 강한 탄산

4. 프루티(fruity)한 효모 특성

5. Local 재료의  사용

6. 비수도원계 농가 맥주

7. 부재료(과일, 향신료) 절제

8. 사우어 아님

9. 브렛효모 사용 안 함


세종은 농주라는 성격 때문에, 산업의 발전과 함께 부침을 겪었습니다. 19세기 이래 벨기에의 농사인구가 감소하여 새참용 가양주를 담그는 집이 줄었고, 반면 과학의 발전으로 계절과 상관없이 맥주를 양조할 수 있게 되면서, 세종은 대량생산화의 길을 걷게 됩니다(이러한 와중에 광부를 위한 세종인 Grisette도 잠시 유행).  즉 이 과정에서 세종은 개별 농가의 다양한 가양주에서 하나의 스타일로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세종을 하나의 스타일로 정착시키는 데 기여한 브랜드는 누가 뭐래도 그 유명한 듀퐁(Dupont)입니다. 세종 듀퐁(Saison Dupont), 세종 무아네트(Saison Moinette) 등은 현재도 대표적인 세종으로 손꼽힙니다.


이상의 과정으로 정착된 세종이라는 장르는, 이들 브랜드는 미국내 벨기에식 브루어리들에게 주목을 받았으며, 크래프트 정신이 강한 미국 브루어리들답게 여러 실험을 통해 세종을 다양화합니다.(사우어/브렛 접목, 배럴 숙성 등) 벨기에식 브루어리에서 시작된 미국의 세종은 현재 중대형 크래프트 브루어리의 보편적 라인업으로 확산되었고, Sour와 더불어 Post IPA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현대적인 의미의 세종이라는 장르의 공통적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오렌지, 레몬 같은 프루티함

2. 클로브, 페놀보다는 후추 느낌이 우세한 스파이시함

3. 플로랄, 어시(Earthy), 스파이시한 홉향

4. 반드시 드라이함

5. 라이트-미디엄 바디, 강탄산, 가볍고 산뜻한 산미

6. 부재료가 효모보다 세면 안 됨

7. 원칙적으로 리프레싱, 음용성 중시


<세종 / 팜하우스 에일 명칭 문제>

세종과 팜하우스에일은 좁은 의미로 동의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팜하우스 에일이 세종의 미국식 번역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반면 넓은 의미로 팜하우스 에일은 세종, 비에 드 가흐드(Biere de garde, 프랑스식 농가 맥주), 그리제트(Grisette)를 다 포괄하는 개념이기도 합니다.



<업라이트브루잉>


현재 퐁당 그룹(?)의 계열사 SPLASH 인터네셔널에 의해 국내에 소개되고 있는 업라이트 브루잉은 오레곤의 포틀랜드에 위치한 회사로, 벨기에 스타일에 미국식 변용을 가미한 맥주를 주로 양조하는 맥주회사입니다. 약 1170리터 규모의 양조시설을 가지고 있는 소규모 회사이며, 오픈 양조를 통해 다양하고 우연적인 결과물의 도출을 추구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번에 맛볼 수 있는 맥주는 3가지였습니다.


1. <테이블 플리퍼 Table Flipper> 6.1%

테이블플리퍼.jpg


알콜 돗수를 높인 라거라...밸러스트 포인트의 Fathom과 비교해 볼 법하겠습니다만, Fathom이 라거의 알콜 돗수를 높이는 것보다 홉향을 강화하는 데 주안점을 둔 즉 라거의 인디아페일化를 추구했다면, 이건 대기업식 부가물(adjunct) 라거의 고도수化를 추구한 맥주로 보입니다.

마시기 전에는 그저 알콜돗수 높은 라거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향도 산뜻하고 제법 몰티한 단 맛이 나고, 바디도 일반 부가물 라거처럼 한없이 가볍지만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차차 온도가 높아지고 탄산이 빠져서인지, 아니면 높은 알콜돗수에 코가 둔감해져서인지, 두번째 모금부턴 애초의 산뜻한 향이 덜 느껴진단 느낌이었습니다. 



2. <플로라 루스티카Flora Rustica> 5.1%

루스티카.jpg

 3종의 홉 외에 금잔화(calendula), 서양톱풀(homegrown)이 투여된 맥주라고 합니다.

홉 외 허브에서 오는 향과 비터가 있습니다. 홉에서 오는 향과 비터와는 약간 다른, 마치 국화차를 마시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자신들도 '차같은(tea-like)' 맥주라고 표방하였듯이, 술보다는 차라는 느낌으로 접근하고 마시는 게 적절하단 느낌이 들었습니다.


3. <세종 드 블로제Saison de Blodget>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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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라이트5를 자사의 복숭아 사우어인 Fantasia의 배럴에 숙성시킨 맥주라고 합니다. 본래 외부로 판매하지 않고 업라이트의 테이스팅 룸에서만 판매하는 맥주라고 합니다. 포틀랜드가 아니면 마실 수 없는 귀한 놈이네요.

아로마부터 살짝 신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입에 머금어보면 드라이함 속에 적절하고 은은한, 복숭아 같은 신맛이 나고, 살짝 그레이프후르츠를 연상케 하는 쓴 맛도 존재하는 듯합니다. 여러 면에서 과하지 않게 밸런스가 잘 잡힌 맥주라고 생각됩니다.


맥주 초심자에게 여러 가지 유용한 정보를 가르쳐 주었던 비어포럼의 행사가 뜸해져서 안타까웠는데, 간만의 시음회에서  많이 배워갈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비어포럼과 사계 운영진의 세심한 준비에 감사드리며, 귀한 맥주를 마련해주신 퐁당 사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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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Bon Bock


댓글# 1
2015.11.11 11:47:59

후기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종종 자리를 마련해볼게요.

댓글# 2
2015.11.12 15:48:11

저도 참석을 못해서 아쉬웠는데 이렇게 후기로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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