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브루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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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찐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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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베니아(Slovenia)는 유럽의 독립국가로 이탈리아의 오른쪽, 오스트리아의 남쪽, 크로아티아 북쪽에 위치했습니다.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분리된 슬로바키아(Slovakia)와 혼동되기도 하지만 둘은 엄연히 다른 국가입니다.


'슬로베니아' 하면 딱히 떠오르는 유명 맥주 브랜드도 없고, 이쪽에서 유래된 한 획을 그은 독특한 맥주 스타일도 없어 상업 맥주계에서는 보잘 것 없는 명성을 지녔지만, 맥주 양조계에서는 슬로베니아를 몇몇 홉(Hop)들 때문에 아예 모르지는 않습니다.


영국, 독일, 체코, 폴란드, 프랑스 등과 함께 유럽의 대표적인 홉 산지인 슬로베니아는 단순한 홉 생산지를 떠나 고유한 홉들을 보유한 국가이기도 합니다. 스타이리안(Styrian)이라고 불려지는 홉들이 슬로베니아 홉을 상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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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베니아(Sloveina)의 계획적인 홉 생산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본래부터 자생했던 홉들을 개량했다기 보다는 독일이나 체코, 영국 등에서 종자를 가져와 심은 것에서 시작한다고 알려집니다. 


19세기 중반부터 이러한 시도가 있었고, 1886년에서야 영국에서 들여온 종자로 Savinjski Golding 개발에 성과를 거두면서 본격적으로 슬로베니아 홉 경작에 박차가 가해졌다고 합니다. 현재 savinjski golding 는 Styrian Savinjski Golding 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나오고 있으며, 보통 줄여서 Styrian Golding 으로 불립니다.


영국에서 가져온 홉을 바탕으로 슬로베니아에서 탄생시킨 홉을 Styrian Golding 이라고 칭했기에, 영국의 유명 홉인 골딩(Golding)의 자식뻘 되는 홉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Styrian Golding 의 족보는 골딩계가 아닌 역시 영국의 유명 홉인 퍼글(Fuggle)에서 비롯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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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이리안 골딩(Styrian Golding)이 슬로베니아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이에 자극을 받아 몇 가지의 Styrian 홉들이 더 개발되기에 이릅니다. 현재 슬로베니아의 홉 대표를 꼽으라면 적어도 4 종류를 꼽을 수 있습니다.


1. Styrian (Savinjski) Golding

2. Styrian Bobek (=Styrian B)

3. Styrian Golding Celeia

4. Styrian Aurora (=Super Styrian)



슬로베니아 홉들은 전형적인 아로마(Aroma) 홉들로, 알파 액시드(AA%) 수치는 독일이나 체코의 노블(Noble)홉들과 비슷한 수준인 3~6%대에 이릅니다. 예외적으로 Styrian Aurora, 다른 이름으로 Super Styrian 이라 불리는 홉은 독일의 펄(Perle)처럼 아로마 홉의 하이 알파 액시드 버전이라 생각하면 되는데, 8~10%의 알파 액시드 수치를 기록합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사실은 위의 네 종류의 홉들은 Styrian 이라는 이름을 공유하기에 같은 어미를 가진 홉들로 여겨질 공산이 크지만, 1번은 앞에서 설명했듯 영국의 Fuggle 계이지만, 2번과 4번은 Northern Brewer 홉 혈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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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베니아(Slovenia)의 Styrian 홉들은 독일-체코-폴란드-프랑스 등과 함께 유럽 컨티넨탈(Continental,대륙) 홉들로 묶입니다. 이들은 대체로 아로마 홉의 비중이 높고, 미국이나 영국적 홉 색채와는 다르게 은은하고 허브나 꽃과 같은 향이 많이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몇몇은 Styrian 쪽의 캐릭터 유사성 때문에 광범위한 포괄 차원에서 노블 홉(Noble Hop)쪽에 슬쩍 넣기도 합니다.

-여기에 관한 자세한 글은 midikey 님이 작성하신 이전 글을 참조 -

  

아무튼 Styrian 계열의 홉들은 사용되어지는 맥주 스타일 범위와 용도가 노블 홉(Noble Hop)들과 겹치며, 오히려 노블 홉들보다 더 많은 쪽에 사용되어지는 실용적인 홉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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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이리안(Styrian)이 어울리는 맥주 스타일을 간략하게 추려보자면


1. 유러피언 라거 계열 

2. 홉 풍미가 그리 튀지 않는 독일 상면 발효 맥주들

3. 벨기에 에일

4. 영국 에일 (Styrian Golding)



사실상 1~3 번 항목은 독일,체코,프랑스 등의 유럽 대륙 홉들이 가장 어울리는 스타일들이기에 슬로베니아 Styrian 들도 무리 없이 적용되는게 가능합니다. 


그러나 독일이나 체코 등의 유럽 대륙 홉들이 자체적인 홉 개성이 강하게 확립된 영국 에일들에는 거의 환영받지 못하는데 반하여, 슬로베니아의 Styrian Golding 홉은 꽤 많은 영국 에일 레시피에서 자주 발견되는 홉이기도 합니다. (Fuggle 혈통이다 보니..)


그래서 과장 아닌 과장을 보태면 Styrian 은 유럽의 모든 맥주 스타일을 커버할 수는 있는 홉이라고 인식되기도 합니다.

(갑자기 이러니 골키퍼 빼고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는 어떤 축구선수가 생각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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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면에서 활약할 수 있는, 그렇다고 검증이 안 된 것도 아닌 슬로베이나의 스타이리안(Styrian) 홉이 우리나라에서 다른 홉들에 비해 조명을 받지 못한 까닭은 어쩌면 아직 활약할 기회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일단 영국이나 벨기에 에일 등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시도된 맥주 스타일이 아니고, 재료 수급이 유연한 홈브루 쪽에서만 봐도 영국 홉이나 노블 홉(Noble Hop) 등 다른 대체재가 되는 홉들이 많습니다.


마찬가지로 체코, 독일의 라거나 바이젠(weizen), 쾰쉬 등의 상면발효 맥주들에는 국내에 이미 자츠(Saaz), 할러타우(Hallertau)나 테트낭(Tettnang)과 같은 노블 홉들이 수급된 상태이기에 굳이 스타이리안까지 범위를 넓힐 필요가 없겠죠.


게다가 요즘 국내에 유행처럼 번지는 크래프트 맥주 문화가 미국적인 시트러스(Citrus), 열대과일 맛을 내는 홉들에 매진하는 트렌드라는 현실도 슬로베니아 홉들에게는 그리 좋은 무대가 되어주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개인적인 성향상 Styrian 이 어울리는 맥주 스타일을 많이 홈브루로 구현하기 때문인지, 슬로베니아 출신 홉들이 제 재료함에 구비되어 있으면 어딘가 모르게 든든합니다. 정말 여기저기 커버 가능한 넓은 적용 범위 때문이죠.  


Styrian Aurora 로 오로라와 같은 환상적인 맥주나 한 번 만들어 봐야겠네요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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